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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8점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문학동네


데이빗 핀처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나이를 역행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를 연대기적인 구성으로 그려낸 일종의 판타지였다.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걸출한 두 스타의 출연만큼이나 큰 기대를 모았던 건 역시나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을 얼마나 잘 각색했는가였다. 결과적으로는 배우들의 실제 나이를 초월한 극강의 분장술과 CG기술이 가장 화제가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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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mount Pictures/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이라도 2시간 50분의 부담스런 러닝타임과 대조적으로 원작은 짧다면 아주 짧은 단편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 그렇다. 두툼한 책의 두께를 보고 영화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대서사극을 기대하는 독자들을 위해 미리 초를 치자면,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사실 영화로 만들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소박한 단편소설이다.

'위대한 게츠비'로 일약 미국 문학사에 당당히 이름을 새긴 피츠제럴드는 후속작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사치스런 생활을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서 무려 160편에 달하는 단편을 남겼는데, '벤자민 버튼'은 그 중 '재즈시대의 이야기들'로 출간된 단편집의 한 작품이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을 몇가지 기술해 보도록 하자.



    1.벤자민 버튼은 노인같은 아이가 아니라, 노인으로 태어났다.  


영화 [벤자민 버튼...]은 신체조건이 80세 노인에 가까운 상태의 '아이'로 태어난다. 이에 질겁한 아버지는 벤자민을 동네 양로원 대문에 갖다 버린다. 결국 벤자민은 양로원에서 일하는 한 보모에 손에 자라나며, 거기서 말과 생활규범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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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소설 '벤자민 버튼...'은 처음부터 노인으로 태어난다. 아마도 키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미 말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란 친부에게 '아버지~'하고 은근히 빈정대는 듯한 말투를 구사한다. 물론 벤자민의 아버지는 벤자민을 내다 버리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평범한' 아이처럼 키우려고 노력한다.



    2.벤자민 버튼의 순애보는 그다지 애절하지 않다.  


영화속에서 벤자민과 데이지의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는 숭고한 사랑의 결정체였다. 영화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벤자민 버튼의 사랑이었다. 어렸을 때 벤자민을 만나고 발레리나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다가 사고를 당해 꿈을 접고, 벤자민과 결혼해 훗날 아이로 돌아간 벤자민의 최후를 지켜보는 데이지의 일대기는 모두 영화속에서만 존재한다.

소설속에는 아예 데이지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벤자민과 결혼하는 힐데가르드라는 여성은 등장하지만 그녀에 대한 서술은 그리 장황하지 않다. 영화처럼 벤자민의 순애보가 애절한 것도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늙어가는 아내를 벤자민은 잔인하게도 외면해 버린다. 오히려 소설속의 벤자민 버튼은 이상주의자가 아닌 현실주의자의 모습에 가깝다.



    3.소설은 회상형식이 아니다.  


영화에서 벤자민의 이야기는 임종을 맞이한 데이지에게 그녀의 딸 캐롤라인이 벤자민이 기록한 일기를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는 긴 러닝타임에서 잠시 쉬어갈 틈을 주기 위한 적절한 장치로서도 활용되는데, 유감스럽게도 소설은 회상형식은 커녕 캐롤라인이라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벤자민 버튼의 아들이 등장할 뿐인데, 이 인물은 나이가 들면서 어린애가 되어가는 아버지를 짐스럽게 여기는 배은망덕한, 그러나 한편으로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감정이입이 가능한 캐릭터다.


    4.그밖에  


영화에서 벤자민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여성, 엘리자베스 에봇도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속 벤자민은 외양어선의 선원으로 드라마틱하고 모험가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소설속 벤자민 버튼은 사업으로 성공한 인물로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군대에 다녀오는 것으로 청,장년기를 보낸다.

그밖에도 영화초반 등장하는 맹인 시계 수리공의 일화라던가, 번개를 7번이나 맞은 룸메이트의 이야기 등의 소소한 설정들도 소설에는 없는 내용들이다.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풍자적인 성격이 영화보다 짙게 베어나오는 작품으로서 삶과 죽음에 대한 냉소적인 조소가 특히나 인상적이다. 삶의 유한함을 역설적으로 되짚어 보는 소재의 참신함으로 인해 영화화가 가능해졌지만 결국 소설과 영화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어떤면에서는 소설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나 할까.

국내에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표제의 책만 무려 7종이 넘게 발간되어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한 문학동네의 반양장본은 412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표제작인 '벤자민 버튼...'외에도 10편의 단편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pennyway.net2009-05-20T00:46:51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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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rac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봐야 했는데 못본 영화중 하나입니다.

    2009/05/20 13:05
  2.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웃 트랙백 걸어야겠네요~~
    ㅎ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중에 한편입니다...

    워낙 제가 이 감독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ㅠㅠ
    일명 빠라고 하죠 음하하하하~~

    2009/05/20 14:01
  3. tiama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이런 경운 여러번 봐서 그다지.... 대표적 예가 [나는 전설이다]겠죠. 사회 비판적 성향이 강한 소설을 원작으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놨더군요 ㅎㅎㅎㅎ. 아, 그리고보니 [아이 로봇]도 있군요. 어린 시절(초5때였나...) 읽어서 기억이 별로 없지만 당시 느낌은 뭔가 굉장히 생각할 여지가 많은 그런 소설이었는데 영화로 나온건 그냥 생각이고 자시고 할거 없는 블록버스터..... 에혀............ 윌 스미스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 양반이 가끔 괜찮은 영화에 나와서 혹시나 하는 기대에 그만.....

    2009/05/20 14:14
  4.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와 원작의 차이가 크군요.
    짧은 소설을 잘 각색해서 좋은 작품 만들어낸 것 같네요. ^^

    2009/05/20 18:19
  5. 스파이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오 저거 봐야 하는데......ㄷㄷㄷ
    각색이란 게,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네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단편이 좋은 장편영화가 되기도 하고,
    좋은 원작이 망가지기도 하고......

    2009/05/21 06:31
  6. 만물의영장타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렇군요.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아이디어만 따왔다고 보면 되겠네요.
    소설속에는 아내인 데이지와 딸 캐롤라인이 아예 없는 인물이라니.. 흐~

    2009/05/21 08:39
  7. 천무선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의 시니컬함을 좋아한터라 영화를 보고 좀 당황했었죠.
    그 달달하고 착한 이야기들이라니ㅎㅎㅎ
    게다가 크레딧을 보니 감독은 데이빗 핀처;;
    조디악에서 좀 낌새가 보이더니 그새 득도하셨는지ㅎㅎㅎ;

    2009/05/21 14:25
  8. eruhki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단편 소설을 정말 잘 각색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철도원도 단편 소설이 원작이고요.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중에서 만족스러운 작품은 대부분 단편소설을 각색한 것이더라고요. 제가 본 영화 중 유일하게 괜찮은 장편 소설의 영화화 작품은 반지의 제왕이었습니다.

    2009/05/2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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