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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은 불행한 소녀, 하루하루를 짐승처럼 살아가던 그녀에게 희망이 생긴다. 어느날 찾아온 스승을 만난 후 세상이 암흑과도 같았던 그녀의 세상인 조금씩 빛이되고, 삶은 좌절에서 환희로 바뀐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라고? 그렇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헬렌 켈러의 이야기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블랙]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영화처럼 보인다. 제작국가인 인도에서는 2005년에 개봉된 작품이 4년만에 한국에 들어온데다 이야기의 소재마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유명한 이야기를 발리우드식으로 각색한 것이니만큼 참신한 스토리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블랙]은 고전적 감동코드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뚝심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품이다. 비록 헬렌 켈러 이야기의 변형이라고는 해도 일부 발리우드 영화들이 하듯 아서 펜 감독의 [미라클 워커]에서 주인공만 인도인으로 바꿔놓은 몰염치한 짓으로 그치지 않고, 디테일의 변화를 주어 사제지간의 의리와 애정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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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유명한 일화를 다룬 1962년작 [미라클 워커]



가장 큰 변화는 원전에서 여제자와 여선생이었던 사제관계가 여제자와 남자 선생으로 바뀐 점이다. 이로인해 영화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남녀간의 미묘한 애정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하는데 (생각해 보라. 일거수 일투족을 늘 함께하는 남녀에게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난다한들 어찌 사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한쪽은 장님에 귀머거리인 미인인데.) 자칫 싸구려 3류 멜로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요소를 격조있게 다루며 영화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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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use Entertainment Ltd./ SLB Films Pvt. Ltd. All rights reserved.


오히려 [블랙]은 우리가 헬렌 켈러의 위인전에서 읽을 수 없었던, 장애인으로서의 한 인간이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의 장애인을 표현하는데 면밀한 주의를 기울인다. 주인공 미셸의 여동생인 사라의 이야기에 일정 부분을 할애한 것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며, 제자에게 여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스승으로서의 자부심을 포기했던 사하이 선생의 모습은 알싸한 청춘 멜로풍의 여운마저 남긴다. 마치 지고불변한 순정남의 순애보처럼.

이와 같은 흐릿한 멜로 코드로의 우회적 접근이 [블랙]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을 관람하며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배우들의 열연이다. 아마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면서 꼬맹이 자말이 똥통에 빠져가면서까지 싸인을 받아냈던 인도의 슈퍼스타 아미타브 밧찬이 도대체 누군지 궁금하게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블랙]을 통해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미셸의 빛이 되어 주었던 스승 사하이 역으로 출연해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명연기를 선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울러 미셸의 아역을 맡은 아예사 카루프와 성인 미셸 역의 라니 무커르지 또한 이에 못지 않은 흡입력으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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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use Entertainment Ltd./ SLB Films Pvt. Ltd. All rights reserved.


2005년 타임(Time)지에서는 그 해 최고의 영화중 5위로 [블랙]을 선택했으며, 인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Fair One Filmfare Awards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11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서 인도영화 특유의 뮤지컬 시퀀스 같은 발리우드적인 색체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원작의 재해석에 남다른 감각을 지닌 인도영화의 잠재력을 보여준 수작임에 틀림없다.


* [블랙]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Applause Entertainment Ltd./ SLB Films Pvt. Ltd.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미라클 워커(ⓒ MGM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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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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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odslay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저 영화.. 제 인생에서 지울수 없을 영화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ㅎㅎ
    연기들도 대단햇고, 스토리도 머리속에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2009/08/28 10:27
  2.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기보고 나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어떻게 저렇게 소름 돋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이 영화를 통해서 처음으로 아미타브 밧찬의 연기를 보게 되었는데..
    최고라는 극찬 외에는 다른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만들더군요...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영화 범위내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뿐만 아니라..
    잘 몰라서 그렇지 이렇게 제3세계 영화에 연기 잘하는 배우가 얼마나
    많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이 작품이
    정식 개봉한 것만해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있다는 것 역시

    2009/08/28 10:3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미타브 밧찬.. 첨엔 너무 오버액션이 아닌가 싶었는데, 중반부 들어서면서 연기내공의 진가가 드러나더군요. ㄷㄷㄷ 이었습니다.

      2009/08/28 11:45
  3. Adio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이영화 몰입도가 높죠 정말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2009/08/28 10:54
  4. 카타리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였습니다
    제가 기다렸던 영화 ^^
    꼭 볼거예요...혼자서라도 봐야지..ㅎㅎㅎ

    2009/08/28 11:42
  5.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도 영화라고 해서 선입견을 가질 게 아니군요. 간판 내리기 전에 어서 봐야겠습니다. 뱀발 : 페니님에게 딴지 거는 건 아닌데 이 영화 광고 문구 중 '짐승처럼 살아가던'은 꽤 거슬리더군요. 안 보이고 안 들리면 짐승인가...

    2009/08/28 14:2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영화를 안보셨으니 거슬릴수 밖에요. 안보이고 안들려서 짐승이 아니라 왜 짐승같은 삶이었는지 영화를 보심 압니다.

      2009/08/28 18:46
  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9/08/28 14:26
  7. 이성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잘만든 영화라능^^ 다만 아쉽다면 3년이 지난 영화가 이제야 국내 개봉이라니;;

    그래도 극장에서 또 보고싶은 영화라죠^^?

    2009/08/28 14:58
  8. 맛살리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랙이란 작품 뿐만 아니라, 참 괜찮은 인도영화가 많아요.
    이 영화를 보고 인도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면,
    인도영화 커뮤니티 http://masalian.net 에 방문해보세요.
    접하기 힘든 좋은 인도영화를 볼 수 있답니다. ^^

    2009/08/28 15:14
  9. 오로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가 인도에서 만들어 졌군요
    그건 지금 알았네요.
    정말정말로 보고 픈 영화중 하난데 당장 가서봐야겠어요:)

    인도여행 한 이후로 인도도 많이 그립구요 ㅎ


    남자 주인공도 인도인인가요? 서양인처럼 생겻던데요?

    2009/08/28 16:39
  10.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헬렌켈러 이야기에서 선생님이 남자라... 흥미롭네요.
    인도 영화도 아직 본 적이 없는데 이 작품 한 번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말에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크

    2009/08/28 18:09
  11. 엘리스타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보려다가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결국 영화를 포기하고 다른 것들을 할 수 밖에 없었죠;;
    일행 중에 한명이 또 이런 장르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구요;;;
    입소문이 좋으니.. 금방 내릴 것 같진 않네요.. 극장에서 꼭 봐야 겠엉 ㅛㅋㅋ

    2009/08/29 20:19
  12.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잘 모르고 있다가.. 같이 영화보러 간 가족들이 모두 국가대표를 보는 바람에 선택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너무나 헬렌켈러 이야기라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이걸 모르고 봤어요..)
    연기는 정말... ㅎㄷㄷ..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기대를 넘어서는 영화였습니다.

    2009/08/31 13:33
  13. 마장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 .. 역시 발리우드 영화였군요 .. CGV홈페이지 들어 갔다가 작은 포스터 사진과 리뷰만 대충 보고 발리우드 영환가 했는데 역시 .. 이 포스트만 보면 괜찮은 영화 같은데 인도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잘까봐) 걱정된다는 ㅎ

    2009/09/03 15:59
  14. bo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위에서 너무 괜찮다는 소문이 솔솔 들리더군요.
    꼭 보고 싶어지네요. 요즘은 자꾸 타이밍을 놓쳐서 영화를 볼 기회를 놓치게 되더라구요.
    이번엔 꼭~~ㅎㅎ

    2009/09/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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