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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겠지만 [부러진 화살]은 실제로 일어났던 김명호 교수 석궁사건을 소재로 한 일종의 사회 풍자극입니다. 사실 이 사건은 재판에 불만을 품은 한 남자가 부장판사를 향해 테러를 감행했다는 소재 면에서 떠들썩하게 알려졌지만 이 소동의 이면에는 한국 사법제도의 치부가 교묘히 감춰진 사건이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의 전말여부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라며 일벌백계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지요. 실질적으로 김명호 교수의 석궁테러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가리는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결말은 나와 있는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결국 김명호 교수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됩니다.

자 그럼 영화는 이 사건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명하고 있을까요? [부러진 화살]은 김교수가 판사에게 석궁을 들고 간 날의 사건을 보여주면서 이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항소심 공판과정을 통해 추적해가는 형식을 취합니다. 이른바 한국적인 스타일의 법정드라마인 셈인데, 내용이나 주제만을 놓고본다면 영화 자체는 무척 무거워질 수 있는 테마를 담고 있는 거죠. 마치 [도가니]가 그랬던 것 처럼요.

ⓒ (주)아우라픽처스.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정지영 감독은 조금 다른 지점에서 영화를 구성합니다. 우선 주인공인 김교수의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엉뚱해요. 김교수란 인물은 어딘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고지식하며, 원칙주의자에, 일면 비호감에 가까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사실 세상살이하면서 이같은 사람과 부딪히면 정말 피곤해지죠. 이 고문관 같은 인물은 관객에게 피해자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보다는 당당히 사법권력에 맞서는 무모한 소시민으로서의 모습으로 다가섭니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블랙코미디가 되어버리죠.

네, 그렇습니다. [부러진 화살]은 풍자성을 지닌 블랙코미디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장르적 선택이 꽤 효과가 있습니다. 사건 자체가 특이하기도 하지만 재판의 전개과정이 가히 코미디와 다름없는 상식이하의 수준으로 가다보니 울분과도 같은 감정이 이내 허탈한 웃음으로 터져나오게 되더란 말입니다. 극 중 김교수의 대사가 이 모든 것을 대변하지요.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따라서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부러진 화살]은 충분한 장르영화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접목시킨 법정드라마로도 손색이 없고, 블랙코미디로도 손색이 없죠.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주연급 역할을 맡은 박원상은 반골기질이 가득한 변호사를 능글맞게 소화해내며, 모처럼 스크린에 돌아온 김지호도 털털한 매력을 무난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안성기의 연기패턴은 조금 경직되어 있긴 한데, 그래도 설정상의 김교수라는 인물이 워낙 매력적으로 그려진 탓인지 이조차도 크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아슬아슬하게 배어 있습니다. 과연 이 작품이 [도가니]만큼 사회적인 이슈를 불러올까요? 조금 더 있으면 우린 그 결과를 알게 되겠지요.


P.S:

1.[부당거래], [도가니]에 이어 한국 사법체제를 비꼬는 작품들이 자꾸 쏟아지는 걸 보니 불만과 불신이 많이 쌓이긴 했나 봅니다.

2.문성근의 판사역할은 정말 ㅎㄷㄷ 합니다.

3.역시나 한국영화라서 욕이 좀 나옵니다. 아니, 많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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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사법부에 대한 욕보다는 적은 편이라 봅니다...

    작년 부산에서 정말 좋게 본 영화 중 하나였죠. 개봉하면 한번 더 볼려고 합니다.

    그외. 김응수씨가 연기하는 그 캐릭터가 정봉주의원에게 징역1년을 확정지은 고등법원 판사였죠.

    2012/01/17 23:24
  2. 단호한결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통해서 진중권씨의 트위터 언급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많은 이슈를 만들어낸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2012/01/18 08:34
  3.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감독이 정지영이라는 데에서 살짝 의외, 그리고 그 정지영이
    블랙코미디를 한다는 게 좀 더 의외, 마지막으로 그 코미디가 의외로
    잘 먹힌다는 게 가장 의외였습니다.(ㅎㅎ 정지영 감독님, 제 편견을 용서하삼)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우리도 판검사를 선거로 뽑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근데 알고 보면 미국 법정은 한국보다 훨씬 마계(魔界)니까...
    대체 대륙법계의 원조인 독일에서는 어떻게 판검사들이 그렇게나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그나마 좀 낫거든요)

    2012/01/18 09:04
  4.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예술 매체 중에 영화만한 것이 없겠지요... 아무래도 작금의 상황이 엄살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는 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성근씨는 선한 역할 보다는 악역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사 이름이 아우라 군요^^ 전혀 염두해 두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아우라를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급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1/18 10:27
  5.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보러 갈 예정입니다.
    평이 여러모로 좋더군요. 기대가 큽니다.

    2012/01/18 12:50
  6. 드자이너김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토리가 뻔하고 결말이 나와 있어서 별로 일것 이라고 생각 했는데 평이 매우 좋더라구요. 저도 기대하는 영화에요~^^

    2012/01/18 13:52
  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2/01/18 18:5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이쿠! 깜놀했습니다. 지난번에도 오신거 같은데, 제 블로그에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시는군요. 그래도 뭐랄까요, 이렇게 기꺼이 소통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희망이 생긴달까요. 그들만의 벽을 쌓고 장벽을 치면서 굳이 나와 너를 차별화시키고 성역을 구축하는 모습에서 불신이 더 커지는 것이겠지요. 여튼... 좋은 답글 감사합니다. 사건의 그 내용은 저로선 알 수 없는 부분인데 이번에 새삼 알게 되었군요^^

      2012/01/18 20:31
  8.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쨌든 필관람 영화죠......그런데 한국 영화는 욕 좀 많이 안 나오면 안 되는 걸까요...

    2012/01/18 20:3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참 그게 불만입니다. 도무지 욕이 안나오면 대사가 안되나요. 18은 기본이고 Jxx에 Dog어쩌구에... 제 지인중에서는 그런 대사들 때문에 한국영화는 상스러워서 못보겠다는 분이 꽤 되시더군요. 외국영화도 등급판정을 보면 심한 욕설은 R등급 사유에 해당되던데 말입니다.

      2012/01/18 20:33
  9.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시사회 신청받을때 했었어야 했는데...ㅠ.ㅠ
    내일 봐야겠네요 ^^;; 그러고보니 실제 모델중 한분인 박훈 변호사님이 블로그를 개설하시고
    제작뒷이야기를 올려주셨더군요 ^^
    한번 보시는것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2012/01/19 02:43
  10. 이사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영화 중에 하나에요. 웃으면서 분노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ㅜㅠ

    2012/01/19 18:12
  11. 적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것보다
    이제야 안성기씨가 괜찮은 영화를 택한게 되는것 같아 다행이군요 ㅇㅇ;

    2012/01/19 19:36
  12. mundis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명호 교수 사건 관련해서 동영상을 만든 적이 있었지요.
    덕분에 PD수첩에도 그 동영상이 잠깐...
    이 인연에 저도 꼭 보러가려고 출격대기 중입니다.
    도가니처럼 무거운 주제라 와이프가 안볼려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코미디에 가깝다니 꼬셔서 봐야겠습니다.

    2012/01/20 05:51
  13. 이웃집오도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성금 씨 참 좋아한느 배우인데 이번에 최고위원이 되어서 앞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거 같아 아쉽네요. 그리고 판사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참 궁금합니다.
    리뷰 잘 봤습니다. ^^

    2012/01/20 12:01
  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2/01/24 14:05
  15. 추억의 영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건의 진실을 떠나 영화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연휴 마지막날 조조로 봤는데
    어르신들이 꽤 많이 보이더군요
    꽤 흥행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경영씨 반갑더라구요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많았을텐데...
    여튼 안타까운 배우입니다

    2012/01/26 19:43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경영은 리즈시절의 인기 한방에 말아먹고 다 늙어서야 조연급으로 재기에 성공했지요. 요즘은 어지간한 영화에는 거의 다 얼굴을 비치는 듯 합니다.

      2012/01/26 22:52
  16. lucy (내삶의 스크린에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변호사님 이 이런 분이 아직 계시다는게 무척 기분이 좋았지만, 정지영 감독님 영화들을 좋아했던 팬으로서 건재하심을 봐서 더욱 기뻤습니다.
    2번 보고 공판기록도 다 보니 일단 '사건의 실체'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증거인멸, 여러가지 상황과 증거들 조작.. 과연 누가누가 한걸까요?!

    예전에 광우병 사태때;; 문외한이던 분야들 - 보건, 광우병 등-에 도가 텄었던 적이있는데 요즘 본의 아니게 법조용어에 눈을 떴네요 하하;;
    도가니는 보지 못했었고 소설이 원작이었는데
    영화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에 영화매니아의 한사람으로 뿌듯했습니다
    갠적으론 다큐멘터리를 더 좋아하지요.

    2012/01/27 22:0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영화가 100% 사실을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이런 류의 작품이 공감대를 얻는 현실에 대해 당사자들이 뭔가 느끼는건 있어야 겠지요.

      2012/01/28 13:00
  17.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만든 영화더군요. 무척이나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진실만을 담았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진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2012/01/29 11:24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상승세가 [도가니]만큼은 못한듯 합니다. 계절적인 여파인지... 그래도 저예산으로 이만큼 반향을 일으킨것도 장한 일이지요.

      2012/01/30 01:04
  18.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성근 씨는 야권 통합과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 때문에 지역에도 가끔 오셔서 사진 찍고 멘트 따느라 얼굴 볼 기회가 있었는데(앞에서 셔터 막 눌러대니까 씨익 웃어주시더군요) 말씀 잘 하시더라고요. 그 말처럼 우리나라가 돌아가면 참 좋겠지만.

    2012/01/30 03:12
  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2/01/3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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