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로딩중입니다.

고전열전(古典列傳) No.26

 

 

 

 

 

한국의 ‘콩쥐팥쥐’ 설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여러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설화로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인 줄거리는 비슷하지요. 이 ‘콩쥐팥쥐’ 설화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계모와 그 자녀로 인해 핍박받는 결혼적령기 여성의 수난과정과 신발 한짝으로 인해 이상적인 남성과 혼사가 맺어지는 내용이 바로 서양의 ‘신데렐라’ 스토리와 일치한다는 것이지요. 이 같은 스토리는 중국의 단성식이 엮은 이야기책 유양잡조(酉陽雜俎)에서도 발견되는데요, 아마도 과거에 이와 비슷한 모티브가 되었던 모종의 사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여하튼 ‘콩쥐팥쥐’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여러편이나 영화로 만들어졌었는데요 1958년 엄앵란이 출현한 윤춘봉 감독의 [콩쥐팥쥐]가 가장 먼저 제작되었고 1967년 문희, 윤소정, 도금봉 등 호화캐스팅을 자랑한 조긍하 감독의 [콩쥐팥쥐]가 다시 만들어지기도 했죠. 그리고 10년 뒤 또 한번 ‘콩쥐팥쥐’가 스크린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강태웅 감독의 [콩쥐팥쥐]입니다.

ⓒ 대양영화사. All rights reserved.

이미 고전열전을 통해 소개한 [흥부와 놀부](리뷰 바로가기)의 강태웅 감독은 서울대법대를 다니다 과감히 일본으로 건너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려 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정극영화인 1959년작 [백의천사와 꼽추]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주연과 감독을 겸하며 한국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졌던 그는 ‘인형극에 스톱모션을 도입해 비용과 시간을 증가시킬 필요성을 납득할 수 없다’는 업계의 무지함 덕분에 꽤 오랜 세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나마 그가 극영화로 데뷔할 수 있었던 건 한 비누회사의 CF를 스톱모션으로 제작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 한국영상자료원/블루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강 감독이 귀국한지 약 10년 뒤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이 엄청난 흥행성공을 하자 그제서야 업계는 애니메이션 분야의 흥행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때마침 강태웅 감독과 은영필름의 김동식 대표가 의기투합해 내놓은 작품이 바로 한국 최초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흥부와 놀부]였지요. 그러나 [흥부와 놀부]가 예상외의 흥행부진을 겪은 탓에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또다시 강태웅 감독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만쪽과의 합작 제의도 있었으나 무산되고 국내 업계는 터무니없이 싼 제작비를 제시하며 제작을 의뢰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렇게 또다시 10년의 공백끝에 인연을 맺게 된 인물이 유프로덕션의 유현목 감독이었습니다. 우연히 강태웅 감독의 이야기를 듣게 된 유현목 감독이 제작비와는 상관없이 지원해 줄 테니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게 되었고 원하는 곳에 스튜디오를 차린 강 감독은 유현목 감독이 다른 제작자들과는 달리 촬영기간 내내 촬영장에 한번도 들르지 않을만큼 전혀 간섭이 없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콩쥐팥쥐]는 전작인 [흥부와 놀부]에 비해 적은 제작비와 짧은 기간으로 완성된 작품이었기에 스케일적인 부면서는 다소 축소된 면도 없지 않으나 완성도에 있어서도 [흥부와 놀부]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착하디 착한 콩쥐가 어느날 아버지가 데려온 계모와 팥쥐에 의해 모진 시달림을 받게 되고 세가지 미션인 나무호미로 밭갈기, 밑빠진 독에 물붓기, 엄청난 양의 곡식빻기를 모두 통과하고 새 원님의 행차길을 구경하러 가는 길에 꽃신을 잃어버렸다가 결국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지요.

ⓒ 유프로덕션. All rights reserved.

기본적인 줄거리는 ‘콩쥐팥쥐’ 원전에서 따왔지만 몇몇 설정에서 변화를 주었는데, 이를테면 원래는 죽은것으로 처리되어야 할 콩쥐의 부친이 살아 있다는 점, 콩쥐를 돕는 괴상한 도인이 등장한다는 점, 팥쥐모녀의 최후가 마치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듯 호러틱한 방식으로 연출되었다는 점 등에서 주목할만 합니다. 또한 마을 원님이 되어 귀환하는 김도령과 콩쥐의 로맨스적인 측면이 마치 ‘춘향전’을 연상시키는 부면도 있습니다.

ⓒ 유프로덕션. All rights reserved.

입과 눈모양을 바꾸는 등 표정 변화를 보여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놀랄만하며 유머러스하고 재치있는 연출방식에서도 눈여겨 볼만한 [콩쥐팥쥐]는 분명 시대를 앞서나간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만 안타깝게도 한국영화사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콩쥐팥쥐]와 더불어 1978년에는 [77단의 비밀]이나 [달려라 마징가 엑스] 등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 가장 큰 흥행성적을 거둔 건 김청기 감독의 반공애니메이션 [똘이장군]이었거든요. 시대는 결국 공산당을 물리치는 미성년 슈퍼히어로의 이야기에 더욱 열광했다는 뜻이지요.

ⓒ 서울동화. All rights reserved.

안타깝게도 강태웅 감독은 그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콩쥐팥쥐]를 끝으로 현업에서 은퇴, 대학강단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길을 걷게 됩니다. 동시에 한국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계보도 단절되게 되었지요. 강 감독은 한국의 아드만 스튜디오를 설립하기에 충분한 재목이었음에도 결국 외면당한 불운의 천재 중 하나가 된 셈이지요. 그나마 1997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다시금 강태웅 감독의 작품들이 조명받아 후세에 알려지게 된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다음 세대에서는 이처럼 앞서가는 창작자가 묻혀버리는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랄뿐이에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신고


▶ 저작권 관련사항 ◀

본 블로그의 모든 글에 대한 권리는 ⓒ 2007-2017 페니웨이™에게 있습니다. 내용 및 이미지의 무단복제나 불펌은 금지하며 오직 링크만을 허용합니다. 또한 인용된 이미지는 모두 표시된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므로 이를 무단으로 사용해서 발생하는 책임은 퍼간 사람 본인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아울러 본 블로그의 이미지 컷 등의 사용에 대한 저작권법 준수는 해당 공지사항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생각하는돼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똘이장군! 기억이 새롭네요~^^*

    2012.12.17 09:30 신고
  2. 이동통신종사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 스톱모션 쪽은 오히려 북한을 배워야할판이죠. 북한 관련 영상에서 아이들 관련 프러그램에서는 스톱모션을 많이 사용터라구요

    2012.12.17 12:13 신고
  3. 가르강튀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 저 시대에 저런 작업을 시도하신 분이 우리나라에도 있으셨군요...마지막 똘이 장군을 보니...아 어릴적 보면서 진짜 북한사람들은 다 늑대에 돼지라고 생각하고 죽여야 된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귀엽기까지 하네요.

    2012.12.17 15:19 신고
  4.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콩쥐 팥쥐..... 추억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네요. 이거 보기 전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극장에서 역시 온가족이 가서(4남매라 언제나 우르르 몰려다녔습니다) 봤었는데, 맨 마지막 장면이 무서웠어요. 그렇지 않아도 흰자위 많은 인형이 입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데(번개도 번쩍 했던 듯?) 나중에 집에 와서 그걸 '케찹'같다고 누나들과 공감했었습니다. 그 밖에 자세한 장면들은 대부분 기억 안나고, 중간에 계모가 콩쥐 한대씩 때릴 때마다 허리가 조금씩 꺾이던 장면 정도......?

    신데렐라식의 자연스러운 패배자들의 말로보단, 떡안준다고 잡아 먹은 호랑이마냥 최후를 묘사한 건 나름 권선징악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2012.12.18 01:16 신고
  5.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선각자란 표현은 이런 경우에 써야겠네요 ㅜㅜ 당시 스톱모션으로 이런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고도 이름을 못 날리시다뇨 ㅜㅜ 정말이지 앞으론 이런 일이 없길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12.18 09:16 신고
  6. 마리오대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 때 TV에서 봤던 콩쥐팥쥐가 바로 이 영화였습니다.
    동네 극장에서 상영 포스터를 봤었지만
    저 역시 똘이장군에 더 눈이 갔던 기억이 나네요.
    콩쥐팥쥐의 스톱모션은 어린 눈으로 봤을 때 정말 신기한 영화였습니다.
    인형이 어떻게 움직이고 말을 하지???
    같이 TV를 보고 계시던 부모님은 인형에 사람이 들어 간거야~ 라고 말씀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다시 보고 싶은데... 정말 다시 보고 싶습니다. ㅠㅠ

    2012.12.18 15:35 신고
  7.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내에서는 스톱모션이 거의 전무하다는걸 다시금 느끼네요...ㅠ.ㅠ

    2012.12.19 21:39 신고
  8. 오솔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80년대에 kbs에서 5시정도로 기억하는데 인형극 했던게 기억나네요. 손오공. 삼국지등이요

    2014.01.22 22:18 신고
  9. 달그림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극장용과는 직접 관계가 없겠지만...
    뭐 소재로만 보자면야...
    <흥부놀부><콩쥐팥쥐>둘 다 7.80년대 kbs에서 했었다는...
    원래 초기(?)인형극 시리즈에는 고대위인들이나 고전소설 혹은 우리나라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었죠.

    2014.01.23 21:08 신고

카테고리

All That Review (1558)
영화 (427)
애니메이션 (113)
드라마, 공연 (26)
도서, 만화 (94)
괴작열전(怪作列傳) (149)
고전열전(古典列傳) (30)
속편열전(續篇列傳) (40)
슈퍼로봇열전 (7)
테마별 섹션 (114)
웹툰: 시네마 그레피티 (15)
원샷 토크 (21)
영화에 관한 잡담 (202)
IT, 전자기기 리뷰 (119)
잡다한 리뷰 (49)
페니웨이™의 궁시렁 (152)
보관함 (0)
DNS Powered by DNSEver.com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페니웨이™'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페니웨이™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 DesignMyself!
페니웨이™'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